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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도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의 속사정 ‘일 중독자 특징’


회사가 없으면 존재감이 없던 최고의 인재

대학원 재학 시절 눈에 띄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명문대 학사 출신에 세계적인 기업에서 인사관리를 담당했던 친구로 명석하고 열정이 넘쳤다. 그런데 주변 동기들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알게된 사이임에도 그는 회사 얘기, 일 얘기가 아니면 대화의 소재가 없는 사람이었다.  즉 자기만의 스토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고용주는 좋아하고 있었겠지만,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그는 대학원 입학 전 OT 당시 리조트 레스토랑 테이블에서도, 수업 시간 PPT 중에도, 졸업논문 주제로도, 심지어 SNS에서 마저 회사와 일 얘기만 하는 친구였다. 그와는 소소한 이야기마저도 기대할 수 없었고 바라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가 꼭 미국으로 발령받아 CEO에 오르기를 바랐다.

사실 본인도 그와 비슷했던 시절이 있다. 일 얘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비즈니스 용어를 남발했다. ‘올해 목표’라고 하면 될 말을 ‘올해 KPI’, 물건 성능이 기대 이하라고 하면 될 말을 ‘ROI가 낮다.’처럼 각종 비즈니스 용어로 표현할 때마다 주변 분위기는 묘하게 싸해졌다. 인간미 없는 소리를 한다.’, ‘진지충 같다.’라는 소리도 듣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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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얘기만 하는 사람의 사정

일 얘기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나고 즐거운 이야기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 들으면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로 그럴 수 밖에 없는 내부 사정이 있다.

 

진짜 일 얘기 빼고 할 게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진다. 초등학교 때 방학 전에 늘 방학 일과표를 짜는 숙제를 하게 된다. 초등학생들은 꿈나라 시간, 식사 시간, 숙제 시간, 노는 시간 등등 다양한 계획으로 하루를 구성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일에만 매달리는 경우 일과표는 일/식사/잠으로 단순화된다. 이것이 1년이 되고 5년이 되고 10년이 되면 인생에 일 빼고 딱히 기억이 없다. ‘일=인생’의 공식이 성립한다.

하루종일 일 빼고 별다른 일 없는 사람 사진
군대 얘기 밖에 할 말이 없는 군인처럼 이들도 일 빼고는 큰 주제가 없다.

군 생활 1년 차가 되면 민간인 때 기억보다 1년 전 군인으로서의 기억이 더 생생하다. 이들이 휴가를 나와서 또는 전화를 할 때마다 민간인에게 군인이 아니라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공감도 안 되는 군인의 일과를 늘어 놓으며 좋아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일 얘기 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

위의 이야기처럼 일 얘기밖에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은 결국 일 중독, 워커홀릭(workaholic) 가능성이 크다. 아직 정신질환으로 인정받지 못 했지만 일 중독은 사회와 가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 중독에서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일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 사람 사진
일 중독자는 일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상사가 나를 얼마나 인정하는지, 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존감을 충족시킨다. 삶을 훌륭하게 잘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보직과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 얘기로 불안감을 극복한다.

심리 치료의 기본은 자신의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일 중독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불안’이다. 언제든 실직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할까 하는 공포 등 불안한 마음이 일로 빠져들게 한다.

일 얘기를 하며 불안함을 달랜다.

불안한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지쳐만 간다. 군인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받지 않는 것과 같다.

일 중독을 걱정해주자

건강한 인생을 위해서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안 하느니 못할 수 있다. 일 얘기만 하는 사람들은 일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일 중독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뿐만 아니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 중독자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 때문에 문제를 자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일 중독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이 일 중독이 아닌지 걱정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참고자료-일중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워커홀릭’ 몰입과 다른 중독임을 이해하자

일중독증(과잉적응증후군, Work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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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oughts on “SNS에서도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의 속사정 ‘일 중독자 특징’”

    1. 잘 읽었습니다. 워커홀릭 증상을 보이는 직장인이 스스로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살아간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죠. 또한, 저렇게 워커홀릭으로서 사회적 지위,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일궈냈으면 나쁘지 않은 딜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많은 워커홀릭들이 가성비 떨어지는 작은 보상에도 인생의 중요한 다른 부분들(연애, 결혼, 독서, 건강, 외모, 여행, 다양한 경험 등)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것도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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