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나오는 기적의 영어 학습법
본인은 외국어 학습력에 있어서 만큼은 대한민국 1% 안에 들어간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영어 외에 다양한 언어를 익힐 수 있었고, 외국어 학습에 관련된 노하우를 종종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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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본인의 영어 공부 방법 또는 자녀 영어 교육 문제로 본인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 외국어 공부 방법은 정말 아주 다양하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쉐도잉(shadowing) 방법의 효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었다.
쉐도잉 공부법이란?
쉐도잉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원어로 된 영상 자료를 자막 없이 보면서 들리는 데로 말로 따라 하는 방식이다. 영상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 귀가 뜨이고, 입이 열리며, 뜻까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은 영어 쉐도잉은 ‘초보라면 절대 하면 안 되는 공부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외국어 공부를 비교적 쉽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효율성”을 최고로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학습법을 강조한다.
그런데 쉐도잉은 비효율 학습의 끝판왕이다.
학습 과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므로 영어 학습 경험이 전무한 사람일수록 비추천한다.
영어 쉐도잉의 치명적인 문제점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
영상을 따라 들리는 데로 발음하면서 뜻까지 통달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단어 + 문법 -> 문장 -> 문단 -> 의사전달
이 말은 곧 의사전달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단어와 문법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쉐도잉은 그저 들리는 대로 입으로 따라 할 것을 강조한다. 단어와 문법이 없는 상태서 무한정으로 문장을 들리는 데로 따라 한다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리만 따라하는 셈이다. 이는 마치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것과 같다.
특히 성인은 이미 모국어라는 체계가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을 할 때 모국어라는 기준점을 통해 학습할 필요가 있다. Apple을 ‘빨갛고 향기로운 과일’로 가르치기보다 ‘사과’로 가르친다. 머리가 어느 정도 굳으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모국어를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쉐도잉 기법은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하니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머릿속에 남는 게 없을 가능성이 높다. 쉐도잉의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시험 보기 전에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100번만 낭송한 후 고득점을 기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머리가 아파 한 시간도 어렵다.
언어의 기초인 단어와 문법이 아닌 영상을 시청하며 대사를 따라 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내용을 중얼거리게 된다.
머리를 쓰는 것도 에너지가 소비되는 활동인데 여기다 소리까지 낸다면 이중으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결국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포기하면 이제껏 들어간 시간, 비용, 체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는 비효율을 낳는다.
격식에 맞지 않는 구어체만 배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영어 학습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업무 또는 학업적인 이유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는데 필요해서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 쉐도잉 공부법에 활용되는 자료는 대부분 드라마 또는 영화와 같은 영상자료다. 드라마와 영화는 극도의 구어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영어 학습의 목적은 업무 또는 학업적인 이유의 의사소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문어체 수준으로만 익혀도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런데 쉐도잉은 구어체만 집중한다. 구어체는 문화와 계층에 따라 천지 차이다. 범죄물에서 주인공이 쓰는 대사와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은 다르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범죄물 수준의 구어체를 비즈니스에서 쓰면 어떻게 될까?
문어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아랍어는 구어체가 국가마다 토속화되어 있어 서로 다르다. 북아프리카(마그레브)식 아랍어랑 아라비아반도어랑 구어체가 달라서 소통이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화하느냐? 국적이 다른 아랍인들은 대화할 때 만큼은 코란에 쓰인 문어체 아랍어로 대화한다. 결국 영어 학습을 위해서는 문어체 수준으로만 익혀도 충분한데 불필요하게 구어체 학습에 집중하느라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비효율이 또 발생한다.
결국 쉐도잉법은 비용과 스트레스가 동시에 증가하는 비효율적인 학습법이다.
그런데도 영어 학습 시장에서 쉐도잉법이 꾸준히 소개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영어 교육 사업은 영어 실력을 키워주는 지식과 정보가 아닌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희망’을 팔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미와 희망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다.
쉐도잉 효과가 날 수 있는 부류
그래도 쉐도잉이 효과를 내기 쉬운 부류가 있다.
1.아이들
아이들이라면 쉐도잉이 좋을 수 있다. 사실 아기가 태어나서 언어학습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쉐도잉과 비슷하다. 아기의 머리는 마치 갓 출고된 하드디스크와 같다. 아무것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백지상태다.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모국어에 24시간 365일 노출되며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그냥 하드에 새 데이터를 집어넣는 같다. 데이터가 많지도 않기 때문에 저장할 장소도 많고, 필요할 때 빠르고 쉽게 원하는 데이터를 뽑을 수 있다. 이 과정을 정규 교육 과정이 끝날 때까지 365일 반복한다.
아기가 아무 생각 없이 엄마의 말을 따라하며 언어를 익히듯 쉐도잉도 들리는 언어를 말로 따라하면서 익힌다. 그러므로 쉐도잉의 효과는 나이가 어릴 수록 영상에서 들리는 언어를 비교적 쉽게 빨아들일 수 있다. 다만 이론적으로 아이들에게 유리할 뿐이지 반복적인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아이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2.최소 중수 이상
중수라 하면 기초 수준 이상의 단어와 문법 이해도를 갖춘 수준을 의미한다. 이 말은 곧 드라마 대사를 텍스트로 봤을 때 80% 이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럴 때 섀도잉을 해 일명 귀 뚫기를 연습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발음과 네이티브가 하는 발음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귀가 뚫리기도 하고, 발음도 교정되는 효과가 있다. 본인도 쉐도잉은 영어 듣기 평가 훈련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수능, 토익, 토플 준비 차원에서 실행했고 만족스런 효과를 얻었다.
일단 객관적인 실력 확인부터
그래서 본인은 쉐도잉 공부법은 최소 중수 이상의 실력자들에게 권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실력이 기초수준이라면 쉐도잉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쉐도잉을 권하는 사람들은 사실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희망을 파는 영어 교육 엔터테인먼트 업체일 것이다.
쉐도잉 학습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무턱대고 하기보다 자신의 수준을 먼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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