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최대의 화제-부동산
지난 2020년 해외 생활 중 갑작스럽게 팬데믹이 발생했다. 의도치 않게 귀국길에 올라 집에 와서 TV를 켜보니 온통 부동산 이야기 뿐이었다.
혼인 적령기인 주변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부동산에 발목이 잡혀 결혼하기 어렵다는 말이 대세를 이루었다.
도대체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 나름대로 연구를 해봤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은 초대형 추세로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를 정리해보면 크게 3가지가 있다.
이유 1. 사실상 공짜 대출
초딩 때 코 묻은 돈을 통장에 저금했다. 어느 날 통장을 열어보니 이자가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이자율이 무려 대략 10%에 달했다. 경제 관념은 개뿔도 없는 초딩의 눈에는 엄청난 마법 같았다. 이후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점점 낮췄고 2014년도부터 이자율은 2% 이하로 내려갔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그런데 2020년 초 뜬금없이 전 세계적인 역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막히자 전 세계에서 돈을 뿌려댔고, 미국 연준은 이자율을 사실상 0%에 가까운 0.25%까지 내렸다. 기축통화국이 금리를 내리니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이자율이 떨어지니 현금이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반면에 저렴한 가격에 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렴한 금리를 이용한 갭투자가 성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이유 2. 1가구 1주택의 역설
이러한 부동산 투자 열풍에 정부는 투기로 규정했다.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20번도 넘게 내놨지만 결국 요점은 ‘1가구 1주택’이 요점이었다. 1가구가 1주택을 소유하면 다주택자가 잉여분을 시장에 내놓게 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불을 붙였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며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려고 한다. 집 1채만 갖게 된다면 이왕이면 더 좋은 곳의 집을 갖는 것이 좋다. 지방 집보다 수도권 집이 좋고, 수도권 집보다 서울 집이 좋고, 서울 집보다 강남 집이 좋다.
이 정책이 시행되자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은 서울과 먼 곳의 집부터 매각하기 시작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주집을 바로 매도했다(출처: 뉴시스). 그의 행위는 틀린 것이 아닌 인간으로서 아주 합리적인 선택에 가깝다. 서울과 가까울수록 가격은 오를 가능성도 크고, 실질적으로도 쓸모가 많지만, 지방은 이 반대기 때문이다.
결국 1가구 1주택 정책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수요를 늘린 꼴이 되었다. 역시 ‘공급<<<<<수요’가 되며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이유 3. 똑똑한 인간이 더 중요
지금의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만든 산업은 바로 제조업이다. 제조업은 기계를 이용해 물건을 대량으로 생산해야 한다. 그래서 공장이 필요하며, 공장의 입지는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우선 넓은 땅이 필요하고, 원자재 수급과 대도시 접근이 쉬워야 한다. 이 변수를 모두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의 산업단지는 대부분 지방에 있다. 부산과 울산을 주변으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고, 수도권 밖과 해안가에도 공단이 많다.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공대 졸업하면 취업은 쉬우나 지방 생활이 단점이라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제조업에서 지식기반 산업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제조업은 좋은 기계가 필요했지만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고도로 교육받은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IT 개발 쪽은 컴퓨터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IT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바로 실시할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인력은 굳이 일자리를 따라 지방으로 이주할 메리트가 없다. 그래서 지식기반 산업은 인재를 구하기 위해 서울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다. 판교에 IT 단지가 있는 이유도 강남과 가깝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업구조의 변화 역시 수도권 거주 수요를 끌어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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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은 공급이 아닌 수요문제
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인구밀도를 통해 대량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게끔 한다는 점이다. 지방에 대형할인점과 종합병원이 적은 이유는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며 거주의 메리트가 있고 거주 수요를 만든다.(출처: 파이낸셜 뉴스)
결국 위의 모든 요소를 종합하자면 수도권 거주 수요가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수도권 거주 수요가 줄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은 대세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영토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신기한 점은 수도 출신을 찾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출신들은 자기소개할 때 어느 주에서 왔는지 이야기한다. 일본인 친구들만 봐도 도쿄 근처 출신(간토), 오사카 출신(간사이), 후쿠오카 출신(큐슈) 등 다양하다. 위의 나라들은 지방에 주요 대도시가 있고, 사실상 수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꼈던 것은 지방마다 대표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었다. 간토, 간사이, 큐슈에 세계적인 기업 본사가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 지방에서 창업해도 결국 본사는 강남으로 이전하는게 대세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서울을 대체할 수 있는 대도시가 없다. 모든 인프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 있고, 지방에 있는 일자리마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린다면 더 많은 사람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주택 수요가 커지고 가격이 또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을 방법은 지방에 서울의 라이벌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 1~2년 만에 지방에 경제기반, 문화 기반, 주택 등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우상향이 예상된다.
마케팅의 주된 목적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지만 반면에 수요를 줄이기도 한다. 이를 디마케팅이라고 한다.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마케팅이 아닌 디마케팅이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전문]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1월 통화정책방향, 뉴시스
[단독] ‘2억 5000만원 급매’ 노영민 청주아파트 이틀전 가계약, 중앙일보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마강래 저